노력하는 아빠 기록으로 말하기

어제 이사 갈 집에 (나는 처음) 가봤다. 집주인 아주머니와 아내가 얘기할 동안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등돌리고 서있었다.
"그런데 아저씨 인상이 너무 좋으세요."
아내 말은 안 들렸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아! 네 인상만 좋으세요?"
아내가 무슨 말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농반진반으로. 농보다 진이 훨씬 더 많았을.

지금 집에 이사온 지 꼭 2년만이다. 내가 찾고 계약한 처음이자 마지막 집이다. 애들 학교 가까운 데라는 방향을 잡고 전화한 첫 번째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첫 번째 집이다. 딱 보는 순간 혹시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봐 아내 허락도 안 받고 미리 가계약을 했다. 동네가 조용하고 방이 네 개나 됐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깥 작업실을 얼마 전에 없앤 터였다. 아이들도 둘 다 학교가 너무 가까워졌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재개발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이사 오기 전까지 그런 사실을 몰랐다. 나는 그동안 인상만 좋다는 말을 충분히 들을 정도로 살아왔다.

커피를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마지막 새벽이다. 그래도 이 집에서 애들 둘 다 졸업하고, 둘 다 취업에 성공했다. 큰놈은 취업 재수 1년반 만이다. 아내와 나는 아직도 꿈인가 생신가 한다. 작은애도 될 거라고 생각했던 회사들은 다 떨어지더니 안 될 거라고 생각한 큰회사에 덜컥 붙었다. 우리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이젠 아빠만 잘하면 돼." 요새 우리집 유행어다. 나도 아직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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